
롱블랙 프렌즈 L
150년 된 브랜드가 잊히지 않고 늘 새로울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트렌디한 광고 만들기? 틱톡 챌린지 유행시키기? 그것도 나름의 방법이지.
하지만 더 참신한 노력으로 Z세대의 ‘가성비 만능 아이템’으로 떠오른 브랜드가 있어. 다름 아닌 바세린Vaseline. 맞아. 어릴 때부터 서랍장에 하나쯤 굴러다니던 그거. 엄마가 밤마다 갈라진 발뒤꿈치에 바르곤 했던, 파란 뚜껑의 보습제 말야.
그런데 요즘은 다르게 쓰이더라. 바세린으로 코팩을 하거나, 눈썹 칼에 바세린을 발라 눈썹을 정리한대. “손목에 바세린을 바른 뒤 향수를 뿌리면 향이 오래 간다”는 트윗은 3400개 넘는 좋아요를 받았고.
처음엔 운이 좋았나 싶었어. 그런데 마케팅 전문가들은 다르게 해석하더라? Z세대들이 마음껏 즐길 놀이터를 바세린이 깔아줬다는 거야. 이게 무슨 의미인지,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와 더 파헤쳐봤어.
Chapter 1.
할머니 약상자 속 연고,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다
그거 알았어? 바세린은 150년 전부터 ‘마케팅 잘하는 브랜드’로 이름을 날렸어.
이야기는 18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창업자인 미국의 화학자 로버트 체스브로Robert Chesebrough는 어느 날 석유 시추 현장을 지나가다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어. 노동자들이 상처 난 피부에 석유 시추 과정에서 나온 끈적한 잔여물을 바르고 있었거든. 놀랍게도 그게 치료 효과가 있더래.
사업화의 힌트를 얻은 로버트. 10년의 연구 끝에 제품을 만들어냈어. 석유에서 불순물을 걷어낸 뒤 순수한 젤리로 만드는 데 성공했지. 이 젤리에 붙인 이름이 ‘바세린*’이야. 1872년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했지.
*독일어로 ‘물’을 뜻하는 Wasser와 그리스어로 ‘기름’을 뜻하는 elaion을 합친 조어.
하지만 생각해 봐. 사람들이 뭘 믿고 석유 젤리를 사겠어? 그래서 로버트는 본인이 ‘실험체’가 되기로 했어. 마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주부와 의사들에게 바세린을 나눠 줬지. 동시에 매일 한 숟갈씩 먹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르며 무해함을 알린 거야.

